약을 전혀 안쓰고 아이를 키울 수 있다, <br /><br />이른바 안아키 운동이 최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요, <br /><br />아동학대 논란에도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. <br /><br />허욱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.<br /><br />[리포트]<br />지난해 3월 대구의 한 한의원. <br /><br />"약 안 먹은 1년 동안이랑 지금 생각해봐. 그 전보다는 낫잖아. <br /><br />(모르겠어요. 그거는.) <br /><br />아니. 겨드랑이도 나았지. 그 다음에 기침도. <br /><br />(겨드랑이는 없었어요.) <br /><br />어쨌거나 그거는 BCG 부작용인 것이고." <br /><br />갑상선 기능 저하에 천식까지 앓던 아이. <br /><br />몸무게가 15kg이나 빠질 정도로 쇠약해졌지만 한의사는 무조건 운동을 시키라고 권합니다. <br /><br />"그런 거 다 필요 없고 낮에 아이를 굴려." <br /><br />'약 안쓰고 아이키우기' <br />이른바 안아키식 치료를 받던 아이는 결국 폐가 손상되고 피까지 토했습니다. <br /><br />해당 한의사는 안아키 논란이 불거지자 회원수 5만 명의 인터넷 카페를 폐쇄했지만 기소를 피하지 못했고, <br /><br />1심 법원은 지난달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을 제조하고 처방했다는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. <br /><br />대한한의사협회는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. <br /><br />[이승준 / 대한한의사협회 법제이사] <br />"필수 예방 접종의 기피, 그리고 무조건적인 숯가루의 처방, 그런 것들은 기본적인 의학 상식과는 거리가 먼 행위라고 보고 있습니다." <br /><br />그렇게 몰락한 듯 했던 안아키가 다시 꿈틀거린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. <br /><br />[제보자] <br />"맹신하고 있는 안아키 회원들이 현실을 좀 자각했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." <br /><br />한의원은 성업중이었습니다. <br /><br />아장아장 걷는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고,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. <br /><br />3살 아이 아토피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취재진에게 3살배기 아이의 특성을 설명합니다. <br /><br />[김모 씨 / 한의사] <br />"2살은 모르니깐 안 아프면 안 울고, 4살부터는 울 것 같구나. 우는데 해보면 안 아프니깐 그치고, 3살은 짜증이 나기 때문에 계속 울어요. 3살 짜리들이 늘 그렇죠." <br /><br />침 치료와 관장을 거치는 해독 치료 도중 아이가 울수도 있다는 말인데 대뜸 인터넷 카페 이야기로 이어갑니다. <br /><br />[김모 씨 / 한의사] <br />"충분히 (안아키 강의)들으시고 그 다음에 그 내용에 대해서 이해가 되고 수긍이 되면 하시는거고, 저희들이 쓰는 건 해독제, 거의 그것 밖에 없어요." <br /><br />과거 영국의 전염병 사망 통계자료까지 보여주며 백신에 대한 강한 불신도 드러냅니다. <br /><br />[김모 씨 / 한의사] <br />"저 같으면 (백신을)안 맞히죠. 우리 애들은 한 명도 안 맞혔고요. 그럴 때는 이유가 안 있겠어요. 그걸 확인하시라는 거예요." <br /><br />아동학대 논란도 적극 해명합니다. <br /><br />[김모 씨 / 한의사] <br />"안아키라는 카페가 아동학대 단체로 막 몰려가지고 난리가 났었거든요. 작년에. 그런데 사실은 아동학대 건 수가 없어요." <br /><br />이후 취재진의 신분을 밝히자 1심 판결에 항소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. <br /><br />[김모 씨 / 한의사] <br />"(판사는 제가)약용 숯가루를 써야 될 것을 알면서 비약용 숯가루를 썼다 이렇게 이해하신 거예요." <br /><br />현재 안아키 맘을 자처하는 인터넷 사이트 회원수는 5천명 정도로 줄어든 상태. <br /><br />안아키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를 취재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공부부터 하고 오라는 반응만 되돌아 왔습니다. <br /><br />[안아키 회원] <br />"육아서와 관련해서 수많은 책들을 읽었고, 백신에 관해서도 우리나라 책 뿐 아니라 외신도 수시로 확인하고 있고요." <br /><br />안아키식 치료가 거센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동학대 논란 탓입니다. <br /><br />[공혜정 /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] <br />"병원을 데려가는 건 부모예요.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부모예요. 고통스럽게 할지 안할지 이 아이는 선택할 수가 없어요." <br /><br />한 때 안아키를 맹신했던 한 엄마. <br /><br />안아키 방식으로 딸의 화상을 치료한다며 40도의 뜨거운 물에 억지로 몸을 담그게 했던 것을 후회하고 자책합니다. <br /><br />[안아키 피해자 엄마] <br />"(아이가) 목욕을 거부하기 시작한 거죠. 추운 겨울에도 손을 넣었을 때 살짝 미지근하다 싶은 정도 물에만 들어가려고 하는 거예요." <br /><br />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을 자양분으로 퍼져나간 안아키 치료. <br /><br />[안아키 피해자 엄마] <br />"엄마들의 불안한 심리를 건드려서 만들어내다 보니깐, 또 다른 안아키가 생기지 않을 거란 보장을 전혀 못할 것 같아요." <br /><br />허울 좋은 명분의 최대 피해자는 말없이 고통받는 아이들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. <br /><br />채널A 뉴스 허욱입니다. <br /><br />wookh@donga.com <br /><br />연출 : 김지희 <br />구성 : 고정화 이소희 <br />그래픽 : 전유근 <br /><br />